2025 다사다난 국내 자본시장]④
여유자금 쌓아둔 대기업들, 올해 M&A 시장 등판
그룹 재편 및 신성장 확보 위한 M&A 급부상
소비재·F&B·디지털자산까지…업종 가리지 않고 확장
"내년에도 기업발 M&A 강세"…SI 영향력 커진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전략적 투자자(SI)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고금리 장기화로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곳간에 여유자금을 쌓아둔 대기업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공격적인 태광…전방위 M&A로 외연 확장
태광그룹은 올해 들어 소비재와 미디어, 부동산 전반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대표적인 SI다.
회사는 우선 애경산업 지분 63%를 인수하며 생활·뷰티 사업으로 보폭을 넓혔고, 산하 계열사 흥국리츠운용을 통해 KT&G가 보유한 코트야드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을 품었다. 이밖에도 온라인 매체 스마트투데이를 인수하면서 콘텐츠·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다지기도 했다. 기존 금융·제조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에 안정적 현금창출 자산을 추가하며 사업 기반을 다층화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진행형이다. 태광그룹은 흥국생명을 앞세워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참여하며 금융·부동산 분야 영향력 확장에 나섰다.
여기에 글로벌 PEF TPG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케이조선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조선업 진출 가능성까지 열어둔 상태다. 이미 두 건의 인수를 마무리한 데 더해 굵직한 후보군을 둘러싼 추가 M&A까지 병행되는 만큼, “올해 가장 공격적인 기업발 원매자(SI)”라는 평가가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태광그룹은 애경산업 지분 63%를 인수하며 생활 및 뷰티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고, 계열사 흥국리츠운용을 통해 KT&G가 보유한 코트야드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을 품기도 했다. 기존 금융·제조 중심 포트폴리오에 안정적 현금창출 자산을 더했다.
태광그룹의 이러한 공격적인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회사는 흥국생명을 앞세워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참여하며 금융·부동산 분야 영향력 확장에 나섰다. 비록 흥국생명이 최근 입찰 과정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입찰 구조가 재설계되거나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갈 경우 흥국생명이 종합금융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종 가리지 않는 M&A에 "대기업이 판 제대로 흔들었다" 평가
다른 대기업들도 물밑 작업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키웠다. 예컨대 웅진그룹은 올해 상반기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상조 1위 기업 '프리드라이프' 지분 99.77%를 확보했다. 교육과 금융, 헬스케어, 요양, 장례를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케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업계에선 FI 중심이던 상조업 M&A 시장에 전략적 투자자가 등판한 것을 두고 M&A 지형이 바뀌었다는 평가도 내놨다.
한화그룹 역시 올해 굵직한 딜을 성사시켰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5월 식자재 기업 아워홈 경영권을 8695억원에 인수하며 F&B 시장 재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특히 이번 인수는 단발성 거래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화는 인수 직후 아워홈을 앞세워 볼트온 M&A 전략을 가동했고, 그 결과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아워홈의 급식·식음료 사업 외형은 약 30%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인수 직후부터 전개된 사업 정상화와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이 첫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최대 검색엔진인 네이버의 움직임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네이버는 최근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인수를 추진하며 금융·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냈다. 검색·커머스·페이·웹툰·클라우드를 잇는 기존 플랫폼 역량과 디지털 자산 금융이 결합할 경우 시너지가 크다는 평가다.
IB 업계에선 내년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SI는 M&A 시장에서 거래 성사 여부와 인수 후 가치 제고까지 좌우하고 있다"며 "M&A가 그룹 재편과 신성장 축 확보의 핵심 도구로 자리잡은 만큼, 내년에도 SI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