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기후 정책이 정치적 역풍과 규제 완화 압력에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유럽 주요 기업들은 오히려 지속가능 경영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매년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100대 기업을 평가ㆍ발표하는 '코퍼레이트 나이츠(Corporate Knights)'는 25일(현지시각) '2026 유럽 50(Europe 50)' 리스트를 발표했다.
2024년 기준 이들 기업의 총매출은 1조2000억 달러(약 1740조원)에 달했으며, 지속가능 제품·서비스 매출 비중이 평균 56%를 차지했다. 이는 ESG가 단순한 비용이나 평판 관리가 아니라, 실제 매출과 직결되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1위 이탈리아 ERG, 화석연료 완전 청산 후 풍력·태양광 전업
올해 1위는 이탈리아 제노바에 본사를 둔 재생에너지 기업 ERG SpA(BIT: ERG)가 차지했다. ERG는 2023년 마지막 남은 화석연료 자산을 매각하며 완전한 풍력·태양광 기업으로 전환했다. 전환 이후 성과는 뚜렷하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ERG의 발전량은 4956GWh에서 6959GWh로, 약 40% 성장했다. 이는 전기차 6억7000만대를 완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시칠리아 로카팔룸바(Rocapalumba)에 건설한 47MW 규모의 육상 풍력 발전소는 구글과 20년 장기 전력 구매 계약(PPA)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 ERG는 이번 발표에서 유럽 50대 기업 1위는 물론, 글로벌 100대 지속가능 기업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바이오솔루션 기업 노보네시스(Novonesis, CPH: NSIS B)는 4위를 차지했다. 2024년 합병으로 탄생한 이 기업은 미생물과 효소를 활용해 석유화학 기반 소재를 대체한다. 제빵부터 섬유, 탄소포집 등 30개 이상 산업에서 활용된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256억유로(약 40조2000억원)에 달하며, 2024년 매출 38억유로(약 5조9000억원)가 코퍼레이트 나이츠 기준 100% 지속가능 매출로 분류됐다.
패스트패션도, 가전도, 부동산도…지속가능 매출 급성장
전통적인 제조 및 유통업계의 변신도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됐다.
패션 분야에서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의 모기업 스페인 인디텍스(BME: ITX)가 16위에 올랐다. 인디텍스는 유기농 면과 인증 유럽산 리넨, 재활용 섬유 등 이른바 '저영향 소재' 사용 비중을 73%까지 끌어올렸다. 그 결과 지속가능 부문 매출 성장률은 121.5%를 기록했으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친환경 인증 제품에서 발생하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 본사를 둔 가전 기업 아르첼릭(BIST: ARCLK)은 23위를 기록했다. 지속가능 부문 매출 성장률이 167.7%로 리스트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 전체 매출 대비 지속가능 매출 비중은 15.5%에 불과하지만,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재생 제품(refurbished product)' 판매량을 2배 이상으로 늘렸다. 터키·이탈리아·영국·루마니아 등 유럽 전역에 리퍼비시 센터를 운영하며 순환경제를 수익화하는 모델을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부동산 기업 보노비아(Vonovia, XETRA: VNA)는 32위에 올랐다. 에너지 효율 주택을 통해 ESG를 수익 모델로 연결했다. 유럽 전역에서 100만 가구 이상을 보유·관리하는 이 회사의 지속가능 매출 성장률은 127.8%였다. 이 회사는 2022년 550만MWh였던 에너지 소비를 2024년 520만MWh로 줄였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10%에서 19%로 확대했다.
BNP파리바 저탄소 투자 확대, 저탄소 금융 10조원 이상 증가
은행권에서는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BNP파리바(BNP Paribas, EPA: BNP)가 40위를 기록했다. 이 은행은 저탄소 에너지 금융 규모를 282억유로(약 41조원)에서 383억유로(약 56조원)로 확대했다. 전체 매출 대비 지속가능 비중은 3.2%로 낮지만, 성장률은 94.7%에 달한다.
터키 국책 개발은행인 튀르키예 시나이 칼킨마 은행(BIST: TSKB)은 21위를 기록했다. 다른 금융기관 대비 4.25배 높은 지속가능 매출 비중(20.4%)을 보였으며, 여성 고용 지원 등 사회적 지속가능성 프로젝트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코퍼레이트 나이츠의 토비 힙스 최고경영자는 성명에서 "덴마크의 풍력 터빈부터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터키의 순환경제 가전까지, 유럽 50은 지속가능 경영이 틈새가 아닌 주류 성장 전략임을 보여준다"며 "이들 기업은 정책의 불확실성을 기다리지 않는다. 직접 판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 "ESG는 이미 돈된다"...유럽 50대 지속가능기업이 증명한 성장공식 < 기후테크 < 산업 < 기사본문 - IMPACT ON(임팩트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