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MS·아마존·오라클, 현금흐름 첫 '마이너스'
빅테크 투자 약정만 4000조원
AI 채권 내년 1조弗 발행 전망
네오클라우드는 이미 자금 막혀
머스크 "200곳 이상 도태될 것"
“앤트로픽 투자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앤트로픽 상장 전 마지막 자금조달(시리즈G)을 앞둔 지난 5월 실리콘밸리의 한 한국 벤처캐피털(VC)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앤트로픽과 직접 협상해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는 건 불가능하고, 여러 투자자를 거쳐야 앤트로픽에 한 줌이라도 돈을 넣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반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앤트로픽과 오픈AI는 기업가치를 낮추고 있다. 빅테크 채권 가격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일부 네오클라우드(그래픽처리장치 임대 업체)는 채권시장이 아예 막혔다.

◇ 투자 망설이는 은행

앤트로픽의 신용은 지난달 26일 반도체기업 브로드컴과 함께 프로젝트 펀드 ‘노스스타’에 630억달러(약 87조원)를 모으는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펀드의 목적은 브로드컴과 구글이 설계한 인공지능(AI) 칩을 앤트로픽이 구매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투자를 망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은행 임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한 끝에 신용등급이 ‘A’로 높은 브로드컴이 선순위채권(420억달러어치)에 신용보증을 제공하고, 금리를 높여 겨우 조달에 성공했다.
앤트로픽이 투기등급으로 평가되면 자금 조달은 이보다 더 어려워진다. 재스 카이라 블랙스톤 AI투자부문 총괄은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을 누가 전부 사들일 것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며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두 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지와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확보할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런 블랙스톤이 앤트로픽 신용등급을 ‘BB’로 전망한 것은 AI 인프라 투자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현금성 자산이 1120억달러가량이고 상장으로 1000억달러를 더 조달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앤트로픽이 아마존과 브로드컴 등에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최소 구매약정 금액은 2656억달러다. 현금과 상장으로 확보하는 자금을 더해도 구매약정액에 못 미친다. 앤트로픽은 “예상한 것보다 이른 시점에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신고서에 적었다.
◇ 오라클·메타 회사채 가격 하락
앤트로픽과 오픈AI가 돈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은 시장에서 자금이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오라클 등 5개 빅테크의 투자 약정액은 3조달러(약 4000조원)에 달했다. 투자 약정액은 AI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을 말한다. 하지만 5개사의 잉여현금흐름 총합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318억달러)로 돌아섰다.
현금이 마른 빅테크는 회사채 시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1~10월 발행된 AI 관련 채권 규모를 6550억달러로 집계했다. 작년보다 두 배 늘어난 수치로, 내년에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모두가 채권시장으로 달려가니 가격이 좋을 리 없다. 오라클이 지난해 발행한 2035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발행 당시 연 5.2%에서 지난달 연 7.6%로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고, 메타의 2045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도 지난해 10월 연 5.515%에서 지난달 연 7.02%로 뛰었다. 벤 코나드 카네기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모두가 유동성이 고갈되기 전 사업 확장 자금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필요한 자금을 모두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문 임대 기업으로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져 생태계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는 네오클라우드는 자금 조달길이 이미 막혔다. 아르카디 볼로즈 네비우스 CEO는 지난달 22일 “자산담보부증권과 채권시장 등 일부 자금 조달 경로가 폐쇄됐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는 “200곳이 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가 도태하고 업계가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