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이어 중동 확전
국제원유 공급망 불안 증폭
최대 130달러까지 급등 예상
주요국 원유 수출 통제 효과
中 피해에 봉쇄 한계 관측도
연준 금리 인하 연기 가능성
미국의 전격적 이란 핵시설 폭격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직접적인 영향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에 따라 국제 원유 공급망에 '쇼티지'(공급 부족)가 발생할 가능성이다. 간접적인 영향은 미국이란 초강대국이 갈등의 조정자가 아닌 이해관계자로 직접 가세함으로써 지정학적 지경학적 불안을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 확전으로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거론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통과하는 곳이다. 이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 급등으로 바로 연결된다. 한국의 경우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통과한다. 만약 봉쇄가 되고 장기화돼 비축분이 고갈되어간다면 가공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기습 공격한 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4.23달러에서 76.84달러로 올랐고,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같은 기간 74.23달러에서 77.01달러로 급등했다. 현재 이스라엘 공습 이후 원유 가격은 10% 정도 오른 상태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페르시아만 내 원유수출 기지를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원유 수출 길을 막는 결과도 초래해 이들 국가와 이란 간 분쟁의 발화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이 수송로를 통해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 중국 일본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이란의 우호국인 중국은 막대한 피해가 돌아간다. 이 때문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 봉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고 미국이 이란 내 공습을 강화하면 이란이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사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영해 쪽에 가깝고, 수심이 얕아 이란 영해를 일부 쓰고 있는 형국이다.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봉쇄할 수 있는 것이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 격화에 대해 "이번 사태로 공급과 수요 균형이 팽팽했던 석유시장에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부각됐다"며 "(미국의 폭격이)일회성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비슷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떠나 미국의 개입으로 확전 움직임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국제유가는 우상향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정책 여파로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둔화) 우려는 더 커지게 된다. 이는 다시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딜레마를 심화시킬 수 있다. 연준은 금리 인하 결정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영향을 좀 더 기다리면서 관망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한다면 연준으로선 연내 2회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를 더욱 늦출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지난 18일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SEP)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을 반영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1.7%에서 1.4%로 3개월 만에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아울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3월 전망 때의 2.7%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중동 분쟁 참전은 소비자 심리 악화로도 이어져 미 경제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 전쟁은 소비자 심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 흐름을 지속해온 바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 들어서야 하락을 멈췄다가 6월 들어서야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중동 긴장 고조 지속 시 다시 악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에선 미국의 중동 분쟁 참전에 따른 경제 여파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핵시설 공격이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대규모 공습 직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통화에서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게 되어 시장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이란 핵시설이 완전 불능 상태가 되고 핵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